의사로써 본 ‘이태원 참사’ 수습 현장, 그야말로 아수라장

- 의사출신 신현영 의원, DMAT으로 현장 지원
- 부실한 현장 통제, 미흡했던 구조·이송 지휘... “재난 대응할 시스템 제대로 구축되어 있나”

의사가 직접 바라본 이태원 참사 수습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의료진과 소방관, 경찰, 일부 시민들까지 구조에 달려들어 애쓰는 사이, 다른 한쪽에서는 휴대폰을 든 시민들이 사고 현장을 촬영하고 ‘핼러윈 행사’를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즐겼다.


▲ 출처 : 연합뉴스

현장은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고, 통제도 되지 않아 길거리에서 몇 시간씩 심폐소생술(CPR)이 진행되거나 중환자가 인근 병원에 이송되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워낙 한꺼번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해 주말 늦은 시간 병원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장 인력들의 필사의 구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1일 시사IN 유튜브 '정치왜그래?'에 출연해 현장 수습 과정을 되짚고 미흡했던 현장 대응 시스템을 지적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신 의원은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 DMAT)으로 사고 발생 약 2시간 뒤인 30일 새벽 1시 40분경 현장을 찾았다.

이번 사고처럼 재난·응급 상황에서는 중환자 구조와 치료를 가장 우선해야 한다.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최대한 빨리 치료하기 위해서다. 이는 관련 법령에도 명시돼 있다. '긴급구조대응활동 및 현장지휘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상자 이송 우선순위는 긴급환자, 응급환자, 비응급환자 순이다. 사망자는 가장 마지막이다.

그러나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서울병원에 이송된 사상자 대다수가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응급 병상 30개에 환자 84명이 몰렸다. 중증도 분류를 받지 못한 경증환자 40여명은 새벽까지 현장에 남아 있어야 했다.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사상자를 분류하고 각 병원 분산 이송을 지휘할 현장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역할 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번 사고에는 16개 재난의료지원팀이 투입됐다. 서울·경기권 재난담당 의료진 거의 전원이 이태원 사고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을 총지휘하고 병원·소방과 소통해야 할 컨트롤타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신 의원을 비롯한 의료진들은 "안내나 지시 없이 눈치껏 알아서" 구조를 도와야 했다.

신 의원은 "재난 상황에서는 가용한 인력과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해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가장 가까운 병원에는 중환자와 골든타임 내 처치를 요하는 응급환자가 먼저 이송돼야 한다"면서 "현장에서 환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병원과 소통해 이송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 사고 대응에서) 이런 소통 체계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신 의원은 "현장에서는 누군가 의료진을 지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누구부터 구해야 할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사고의 원칙상 컨트롤타워인) 용산구 보건소장이 이런 재난과 응급 상황에서 지위와 통제를 담당할 역량과 경험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 나섰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당국의 미흡한 대처도 지적했다. 신 의원은 "소방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와 응급의료를 담당한 복지부가 얼마나 원활하게 소통하고 사상자를 (분류해) 병원에 분산 이송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의사나라뉴스는 이태원 참사 사고 피해자분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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