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했던 전 여자친구와 자신의 차량과 접촉사고가 난 택시기사를 연이어 살해한 이기영(31)이 동거녀를 살해한 이후 주변에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큰 상속을 받는다’며 자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영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고인이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이기영은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한달이 지난 9월 중순쯤 자신의 지인을 만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상속 받을 유산이 어마어마하다”며 “그 돈으로 공덕이나 마포 쪽의 아파트를 구매해 이사갈 것”이라고 떠벌린 것으로 드러났다.
제보자 A씨는 “부모님을 잃었다면서 지나치게 신나고 들떠있는 이기영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았다”면서 “그래도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상속을 받은 건데 상속 금액이 얼마가 됐든 간에 어떻게 저렇게 들떠있을 수가 있나, 좀 이상하긴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함께 지내던 집주인 여성이 왜 보이지 않냐'는 A씨의 질문에 이기영은 "(동거녀가) 카페를 오픈해서 지금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A씨는 "그렇게 한마디 하고 계속 말을 상속 얘기로 돌리더라"며 "계속 회피하는 느낌이었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당시 이기영은 상속을 받은 것이 아니라 숨진 여성 명의로 대출을 받아 2,000만 원가량을 쓰고 다녔다. 경찰은 이기영이 가로챈 돈이 더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 회사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이기영은 사망한 동거녀의 휴대전화를 직접 관리하며 메신저 프로필 사진까지 두 차례 바꾸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기영은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에도 고인의 전화기로 닷새 동안 유족과 태연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피해자 행세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찰은 60대 택시기사와 50대 동거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이기영의 신상이 일반에 공개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전날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를 받는 이기영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와 범위를 결정했다.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는 국민의 알권리를 존중하고 강력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기영의 실명과 얼굴, 나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특정강력범죄 처벌 특례법과 경찰청 신상 공개 지침에 따르면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사건인 경우, 범행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4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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