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마약 피해 학생 부모에 “돈 안 주면 자녀 마약신고 하겠다” 협박

-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쇼크... 확인된 피해자만 고교생 6명
- 시음행사라고 속여 마시게 한 뒤 학부모 협박해 금품 갈취 시도
- 4인조 일당 중 3명은 검거, 1명은 여전히 추적 중

서울 강남구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뒤 학부모에게 연락해 자녀의 마약 섭취를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하며 금품을 요구한 4인조 일당 중 2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 출처 : 뉴시스

5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3일 오후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와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2인 1조로 다니며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을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한 일당 4명 중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대치동 학원가 주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여성 A씨(49)의 인상착의와 차량번호를 토대로 신원을 특정해 5일 오전 1시 반 경 동대문구 이문동 자택에서 A씨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A씨가 횡설수설하는 등 이상 증세를 보여 마약검사도 함께 진행했다.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같은 음료를 학생들에게 건낸 20대 남성 B씨는 자신의 범행이 보도되고 CCTV 영상이 공개되자 같은 날 오전 10시경 자수했다. 경찰조사 결과 A씨와 B씨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나타났고, A씨는 경찰에서 “마약인줄 몰랐고, 인터넷에서 구한 아르바이트를 한 것 뿐”이라며 “지시한 사람도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배후에서 범행을 지시한 주범을 수사하는 한편 이들과 함께 음료를 나눠준 40대 여성 1명도 추적하고 있다. 일당으로부터 마약 음료를 받아 마신 후 신체 이상을 호소한 고교생은 이날까지 6명으로 확인 됐다.

클럽, 술집 등에서 술이나 음료에 몰래 마약을 탄 뒤 범죄를 저지르는 ‘퐁당 마약’ 범죄가 강남 학원가의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것을 두고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떨고 있다. 경찰은 “4시간에 15만 원을 준다는 고액 아르바이트 행사로 알고 참여했다”는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범행을 지시한 배후의 주범과 나머지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A 씨 등은 학생들이 많이 지나는 지역을 돌며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좋은 것”이라며 시음 행사를 위장해 음료를 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3일 오후 6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학원가와 강남구청역 인근에서 각각 2인 1조로 움직이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생들이 많이 지나는 곳을 돌며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를 시음 행사 중이다. 최근 개발한 음료니 마셔 보라”며 마약 음료를 건넸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음료에선 필로폰과 엑스터시 성분이 검출됐다. 피해 학생들도 간이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차례 소량 노출돼 중독 위험은 크지 않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피해가 신고된 게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작위로 고교생에게 음료를 권하고 받은 학생에게는 “구매의사를 조사하는 것에 필요하다”며 학부모 연락처를 받았다고 한다. 이를 이용해 학부모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자녀가 마약을 복용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4인조 일당은 실제로도 단순히 현장에서 음료만 건넨 것으로 파악하고 이들 뒤에 학무모에게 금품을 갈취하려 한 배후 세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치동에 사는 한 40대 여성은 “친구 엄마에게 전화가 조선족 말투로 ‘당신 아이가 마약을 했으니 500만 원을 송금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들었다”며 “다행히 자녀가 음료를 마시지는 않았고 전화를 바로 끊어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같은 진술을 토대로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조직이 관여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에게 걸려온 번호를 토대로 추적중이지만 범행을 위해 만든 대포폰일 가능성이 높다”며 “협박을 받은 학부모들이 현명하게 즉각 신고한 덕분에 아직까지 금전적 피해 사례는 발생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치동 학원이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범행 장소 인근에 거주하며 초등학생 자녀를 인근 학원에 보낸다는 이모 씨(46)는 이날 “학원 밀집지역에서 학생들을 노린 범죄 같아서 걱정”이라며 “인근에서 음료 시음 행사를 자주 하는데 아이들은 그런 걸 잘 받아 먹으니 너무 걱정돼 오늘은 직접 아이를 데리러 나왔다”고 말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학원 관계자, 학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전국 학원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수서경찰서도 관내 62개 초중고교에 유의 사항을 담은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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