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본회의 상정 보류한 김진표 의장 속내는?

- ‘대통령실과 국회’ 두 마리 토끼 다 잡는다... 연기하면서 다음 일정 언급도
- 간호법 상정 아무도 예상못해... 통과 후 기자회견 하려던 의협도 급하게 종료

간호법안의 13일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발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반드시 간호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 아래 기습적으로 ‘의사일정 변경 동의 안건’까지 제출하며 표결을 시도했으나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종적으로 다음 본회의까지 보류를 선언했다. 이에 ‘표결’을 외치며 법안 상정을 요구하던 민주당 의원들은 연기가 확정되자 강하게 항의하며 퇴장하기도 했다.



이런 김진표 의장의 결정에 이날 본회의에서 무조건 법안을 표결하겠다던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은 이미 지난달 '다음 본회의 때 처리할 테니 정부여당이 의사단체를 설득해보라'고 했지만 설득이 안 됐다. 그러니 오늘은 당연한 안건처리 수순이었다"며 "그런데 또 정부여당에 시간을 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장이 간호법을 일방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 의장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면 국회가 더 어려워진다. 대치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27일 본회의에선 틀림없이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이 이날 간호법을 상정하지 않은 것은 국회와 정부가 ‘거부권 정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실제로 앞서 민주당 주도로 직회부되어 본회의서 통과된 ‘양곡관리법’은 대통령 거부권에 의해 이날 재표결 끝에 최종 부결됐다.

즉 간호법도 이날 여야 합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본회의를 통과했을 경우 거부권 행사와 함께 폐기 수순을 재차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이에 의장 입장에선 입법 절차를 마친 통과 법안들이 계속 반려돼 폐기되는 '거부권 공전' 상태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했다고 판단한 듯 하다.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경우 대통령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장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달 2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방통행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법안 처리 여부를 떠나 거부권을 행사를 밀어붙이는 식이면 안 된다”고 부정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간호법 상정 보류는 관련 단체들 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간호법 상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 간호협회 회원들은 이날 본회의장을 찾아 직접 방청하기도 했지만 법안 상정이 보류되면서 방청석에선 탄식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간호법의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고 보고 법안 통과에 맞춰 곧바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하기 위해 의협 회관 앞에 텐트까지 모두 설치한 상태였다.

단식 농성 시작을 위해 13개 단체 회장들이 모인상태에서 뜻밖의 상정 보류 결과가 나오자 의협 이필수 회장은 단식 농성 취재를 위해 모인 기자들에게 "단식 한다고 이렇게 많이 와주셨는데 감사하고 미안하게 됐다"고 언급한 뒤 기자회견을 급하게 종료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 자리에서 의협 이필수 회장은 "끝이 아니다.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법안을 다시 만들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도 "(본회의 상정 보류가) 여러 긍정적 시그널도 있다고 본다.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니 향후 조직력을 다시 정비하고 임팩트 있게 움직일 것"이라고 전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밤 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했다. 이들 단체는 오는 27일 간호법의 본회의 상정을 염두해두고 파업 로드맵을 다시 짜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간호협회와 민주당 측 속내는 복잡해졌다. 간호법안의 본회의 상정이 3월 30일과 4월 13일 두차례나 연기되면서 법안 통과를 위해선 조항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이제 공은 90% 이상 간협에게 넘어갔다. 정부가 내놓은 중재안에서 간협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을지에 따라 합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오는 27일 본회의까지 최대한 합리적인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주 정도 남았다. 그때까지 합리적인 중재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직역간 서로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는 노력을 정부와 당이 같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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