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인력수급위원회 구성해 간호대 정원 결정... 지방병원, 간호사 채용 시 수가 가산
- 필수의료에 간호인력 배치 기준도 설정... 신규 간호사 1년간 임상 훈련
- 간호법 본회의 표결 2일 남은 상황에서 지원대책... 간협 “진정성 의심스럽고 알맹이 없어”
정부가 열악한 간호사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간호대학의 입학 정원을 늘리고, 간호사들의 워라밸 파괴의 주범인 3교대 방식도 2교대나 고정근무로 개선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
또한 간호법 제정안 원안의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방문형 간호를 제공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하며, 법적 근거는 없지만 암묵적으로 허용되어 실질적으로 의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온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에 대한 관리체계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보건복지부는 간호인 1명당 돌봐야 하는 환자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판단 하에 간호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 1명이 돌보는 평균 환자수는 16.3명인데 일본(7명), 미국(5.3명), 영국(8.6명)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준이다.
이에 간호사 1명당 돌보는 평균 환자수를 5명까지 낮추는 것을 정책적 목표로 간호인력 수급실태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실행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한시적으로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 간호계, 병원계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간호인력 수급위원회’를 구성하고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신규 간호사들이 원활하게 병원에 적응할 수 있도록 1년간의 임상교육과 훈련과정도 보장하고, 신규 간호사의 임상 적응을 지원하는 교육전담간호사 배치를 제도화하기 위해 의료법 개정도 추진할 전망이다. 간호대학의 경우에는 교수 1명당 학생 15명을 맡을 수 있도록 교수 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의대처럼 환자를 간호하며 강의도 함께하는 임상간호교수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간호사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문제로 지목받아온 ‘3교대 근무’에서 벗아나 간호사들이 다양한 근무형태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도록 교대제 개선 시범사업도 전면 확대해 실시한다. 예를 들어 낮 또는 저녁 고정근무나 낮과 야간, 저녁과 야간 시간대의 순환 근무, 12시간 씩 2교대 근무 등의 방식이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다.
현재는 약 82%의 병원 근무 간호사들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근무시간이 수시로 바뀌고 예측도 어려워 낮근무, 저녁근무, 새벽근무로의 잦은 근무환경 변화로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그동안 법제화되어 있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실존해왔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하고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관리방안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PA간호사는 전공의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의사의 진료 보조 역할을 맡는 숙련 인력으로 의료법상 불법이지만 전국에 1만 명에 달하는 PA간호사가 근무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PA간호사들은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환자 진료를 대신하며 불안감을 호소해왔다. 정부는 이런 고숙련 간호사가 병원을 떠날 경우 근무 환경이 더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법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PA간호사 제도화를 결정한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PA간호사 합법화에 대한 명확한 시점 등 상세 내용은 답변하지 않았다. 의사 단체들이 PA간호사 합법화에 반대하고 있고, 사회적인 합의가 부족한 탓으로 추측된다.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소아·청소년 등 필수 의료분야의 특성에 맞게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원이 이들 필수 부서에 근무하는 경력간호사를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지원기준(의료질평가지원금)에 필수병동의 경력간호사 확보수준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간호사가 전문적인 의료인으로 성장해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간호현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경력발전체계'를 개발하기로 했다. 분야별로 간호사의 경력발전경로를 개발하고 그 경로에 따라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집에서도 수준 높은 간호를 받을 수 있는 방문형 간호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가칭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 사업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지역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Team) 단위로 방문형 보건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종합대책은 완성된 그림이 아니라 현 정부가 4년간 추진할 간호인력 지원대책의 첫 걸음"이라며 "간호사들이 장기간 근속해 국민들에게 우수한 간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대책은 다음달 12일 국제간호사의 날에 맞춰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발표 시점이 이날로 앞당겨졌다. 여야, 의료단체들 간의 찬반이 분명하게 갈려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27일로 유력한 상황속에서 법안 통과 여부나 중재안 수용 등 여러 영향을 미치려한 것이 아니냐는 간호계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간호법 제정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간호사 단체와 관련 노조는 “구체성이 결여됐으며 신뢰성도 의심이 간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백찬기 홍보국장은 “과거 발표했던 대책에서 크게 발전한 내용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며 “아직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대책 내용도 포함되어 있어 신뢰가 그닥 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이날 발표와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방향만 있고 구체적인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며 “갑자기 발표 시기를 앞당긴 것도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간호사 배치 기준 상향은 2021년 9·2 노정합의의 취지를 재확인하는 수준이며 내용도 정책적 지향점 설정에 그치고 있어 실망스럽다"며 "교대제 근무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충분한 인력 확충이 없다면 오히려 간호사들의 건강권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위험한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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