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까지 5시간 공포의 비행’ 악천후 속 이륙 강행한 항공사 논란

- 제주도 착륙 3차례 실패... 이륙 공항으로 회항했으나 다시 제주도로 재이륙
- “어린 아이들, 흔들리는 기체와 수직 상승 등 위협적인 비행에 울음 터트리기도”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 항공사가 무리하게 운항을 강행했다 착륙하지 못하고 상공에서 5시간 머무르는 일이 발생해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착륙에 실패한 뒤 다시 이륙 공항으로 회항하자 비행기에서 내리겠다는 승객들도 있었으나 항공사는 이들이 내리지 못하게 한 뒤 다시 제주도로 이륙했다.


▲ 폭우가 쏟아진 5일 제주공항 ㅣ 출처 : 연합뉴스

10일 연합뉴스 등 주요 국내 매체에 따르면 지난 5일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청주공항에서 90세 노모와 함께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 A씨는 제주도까지 5시간이 걸리는 공포의 비행을 경험해야 했다. 통상적으로 제주로 향하는 소요시간은 1~2시간 사이이다.

해당 비행기는 오후 1시쯤 청주공항에서 이륙했으나 제주도 상공에서 폭우로 인해 착륙을 시도하지 못하고 30분 정도 선회하다 이후 3차례 착륙시도를 강행했으나 모두 실패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기를 반복했다. 결국 해당 비행기는 이륙공항인 청주공항으로 회항했다.

A씨는 “착륙을 무리하게 시도하는 과정에서 비행기가 덜컹거리는 것은 물론 갑작스러운 수직 상승이 이어지면서 모두 소리를 지르고 공포에 떨었다. 어린 아이들은 울기도 했다”며 “회항 후 청주공항에 착륙했을 때 모두 내리는 줄 알았지만, 대기하라는 방송과 함께 비행기 문이 열리지 않아 의아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승무원이 나와 다시 제주도로 출발할 것을 안내했다. 너무 무섭고 어머니가 걱정됐기 때문에 내리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내 옆에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도 강하게 항의하며 내리겠다고 의사 표현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이들을 내려주지 않았다. A씨는 “승객 일부가 내리고 재출발하면, 나머지 승객들이 보안검색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안내했다”며 “대부분의 승객은 여행 일정 등의 문제로 재출항을 희망했기 때문에 모든 승객을 태운채로 다시 비행기는 이륙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해당 비행기는 당초 도착시간보다 4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제주 공항에 착륙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아무리 번거롭고 불편함이 있어도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있느냐”며 “아흔이 넘으신 저희 어머니와 갓 돌을 지난 어린 아이 등 노약자들도 많았던 만큼 응급 상황 위험도 있었다”며 분노했다.

이후 A씨는 이 일을 항공사 고객센터 측에 문의했으나 담당자와 통화가 연결되지는 못했고, 홈페이지 문의를 이용하라는 형식적인 답변을 받는 것에 그쳤다.

이와 관련해 해당 항공사 관계자는 “결항을 하지 않고 이륙을 강행한 사항은 본사와 조종사가 합의해 충분히 이륙과 착륙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며 “결항이 안됐기 때문에 운행 중인 비행기로 분류되어 회항했더라도 항공법상 중간 하차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한라산 삼각봉이 1013㎜, 사제비오름 764㎜, 진달래밭 785㎜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제주 전 지역에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서귀포시의 경우 지난 4일 하루에만 287.8㎜가 쏟아지면서 5월 기준으로 1961년 서귀포시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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