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 출입금지? 아파트 정문에 두고가겠다” 수원 아파트 앞 ‘택배대란’

- 입주민들, 택배 탑차 지하주차장 아닌 지상 출입금지
- 택배사 “문 앞 배송 안하겠다, 아파트 정문에 일괄 배송”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자 이에 반발한 택배사들이 문 앞 배송을 거부하고 나섰다. 입주자들은 단지 내 안전사고 등을 이유로 지하 주차장을 이용한 배송을 요청했으나 택배 기사들은 배송 차량의 높이가 주차장 높이보다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며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 출처 : 연합뉴스

양측의 갈등이 해결되지 못하자 결국 아파트 정문 입구에 택배 물품을 쌓아두는 ‘택배 대란’이 발생했다. 과거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서 벌어졌던 일이 다시 한 번 수원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2500세대 규모의 대규모 A아파트 측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긴급차량(소방, 구급, 쓰레기, 경찰, 이사 등)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단지 내 지상 운행을 안전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올해 5월 1일 부로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입주의는 택배차량도 금지 차량에 포함된다며 ‘택배차량 운행 안내문’을 통해 택배기사들이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며 배송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지하주차장에서 택배 차량 유도 표시에 따라 움직일 경우 높이 2.5m 차량까지 운행이 가능하며, 해당 노선 외에는 2.3m까지만 운행이 가능하다는 설명도 안내했다.

그러나 이에 수원택배대리점연합(한진, 롯데, CJ, 로젠)측은 지난달 27일 A 아파트에 공문을 보내고 “(지상 출입 금지 시) 아파트 구조상 직접 배송이 불가능하다”며 “‘택배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상생 방안을 마련해주길 촉구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양측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택배사들은 지난 1일부터 아파트 정문에 택배 물품을 배송해 이른바 ‘택배 대란’이 발생했다. 이날 이후 A 아파트 정문 근처 보행로 바닥에는 동별 구분 표시가 부착되고, 택배기사들은 해당 동 물품을 일괄로 내려놓는 방식으로 배송하고 있다.

택배사 측은 특정 시간대만이라도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수원택배대리점연합에 소속된 관계자는 “사고가 우려된다면 아이들이 학교나 유치원 등에 있는 시간에라도 지상 출입을 허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차안으로 제시한 아파트 정문에 택배 보관소를 만들어달라는 방안도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 차량들은 대부분 하이톱이나 정탑 차량이어서 높이가 2.5~2.6m 가량이기 때문에 지하 주차장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안전 사고의 위험이 크다”라며 “저탑 차량을 이용할 경우 택배 기사들이 물품 배송 과정에서 허리를 혀고 서지 못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일하게 되고, 물품도 하이탑에 비해 70% 수준 밖에 싣지 못해 여러차례 배송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반면, 입주의는 단지 내에 자동차 도로가 없고, 그동안 이용해온 도로는 인도인 만큼 지상 차랑 운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입주의 대표는 “일단 차량이 다니려면 도로가 있어야 하지만 도로 자체가 없고 보행자 도로와도 구분이 어려워 안전사고의 우려가 크다”라며 “현재 쿠팡이나 우체국 택배, 기타 새벽 배송 업체들은 모두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문 앞배송을 하고 있는데 왜 택배 4사만 지상 출입을 고집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A 아파트는 국토교통부가 2018년 지상 공원형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높이를 2.7m로 설정한 ‘주택건설 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개정 전 건설허가를 이미 받아 관련 법률이 적용되지 않아 2.5m로 건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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