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 산과·소청과 상시입원 안되면 상종 지정 취소 대상 포함
- 충북대병원 한정호 기조실장 “사명감 하나로 버티는데 그만두라는 것”
당장 내년부터 상급종합병원들이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상시 입원체계를 갖추지 못할 경우 최악의 경우에는 지정취소될 수 있게 되면서 일선 상급종합병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는 일선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제5주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2024~2026년)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다. 4기 지정평가(2021년~2023년)와 대비해 5기의 평가 기준 핵심은 중증진료 강화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화두에 오르고 있는 필수진료과목 중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의 경우 내년 1월까지 상시 입원환자 진료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복지부는 입원진료 실적으로 평가해 위반 사항이 있을 시 시정명령 혹은 지정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입원환자 중 중증환자 비율은 최소 34% 이상(현행 30%)을 유지하고 상대평가 만족 기준도 50%(현행 44%)로 높아졌다. 입원 및 외래환자 중 경증환자 비율을 낮춰 중증환자를 많이 진료할수록 평가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잇으며, 경증환자의 병의원 회송률 기준도 신설해 관리하도록 했다.
또한 입원환자전담전문의 300병상당 1명, 운영형태별로 배점을 달리해 적용하며 중환자실 병상 학보율(10% 이상), 음압 격리병실 병상 확보율 (1.0% 이상), 국가감염병(코로나19) 참여기여도 (중증, 준중증 이상) 등 새로운 지표들도 도입됐다.
예비지표로는 해당 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수용 및 치료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평가하기 위해 ▼중증소아응급환자 진료분담률 ▼중증응급환자 진료 분담률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제공률 ▼간호사 교육전담인력 확보율 등도 포함됐다. 예비지표는 제6기 평가지표로 반영하기에 앞서 의료기관에 준비기간을 부여하기 위해 적용해왔다.
일선 상급종합병원들은 발표된 5주기 지정 평가기준에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상시입원 진료체계 지표를 두고 난색을 표하며 비판이 잇따라 나왔다.
충북대병원 한정호 기획조정실장은 “필수의료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병원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충북대병원 산부인과는 60대 교수 1명, 50대 교수 2명, 40대 1명으로 총 4명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40대 교수는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 진료가 어려운 상황으로 50~60대 교수진으로 당직시스템 유지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 기조실장은 “현재도 퐁당퐁당(하루 걸러 하루 당직) 당직근무를 하며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상시 입원체계를 유지하라는 것은 문을 닫으라는 얘기”라며 “교수들은 당직을 서면 다음날 오프를 줘야하는데 외래는 어쩌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산부인과의 경우에는 상시입원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수술 가능 의사가 30분 내로 병원에 도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병원 내 당직을 서야 한다는 것이 기조실장의 결론이다.
그는 “필수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는데 상시입원 체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철회하겠다고 하는 것은 협박밖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전 기조실장도 기준이 너무 과하다고 동감했다. 그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정부의 메시지는 이해하지만 소청과, 산과 진료공백을 채우기 위한 정책개발이나 지원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채찍이 먼저인 것 같아 씁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 관리, 환자 안전관리, 감염관리 등 객관적 평가지표는 몰라도 ‘상시입원 유지’라는 진료영역에서 기준을 제시하는 모양새는 적절하지 않다”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지표로 해결될 일인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한정호 기조실장은 지방 국립대병원이 겪고 있는 애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과목은 인건비라도 높여야 해당 진료과목 의료진을 채용할 수 있는데 국립대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액 인건비’ 기준에 걸려 의료진 인건비 인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아니러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지방 국립대병원은 낮은 연봉으로 새로운 인력의 유입이 적고, 인력이 없으니 업무의 과부화가 걸려 그나마 있던 인력도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한 기조실장은 “지방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피하는데 국립대병원은 인건비도 높일 수 없으니 더욱 의료진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과거처럼 당직비라도 지급하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아닌데 누가 버티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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