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현장 간호사 등 초청해 ‘증언 대회’ 열어 인력 확충 촉구
- “유명무실한 법령 재정비하고 인력 배치 기준도 마련해야”
의료 현장에서 종사하는 인력의 부족으로 환자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가 의료계 내부에서 제기됐다.
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개최한 ‘보건·의료인력 부족이 환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 증언대회’에서 전·현직 간호사 3명과 물리치료사 1명이 의료 현장의 인력 부족 실태를 증언했다.
수도권의 공공병원에서 근무하는 A간호사는 “두달 동안 교육을 받고 업무에 배치되면 8~13명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며 “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부서가 계속 이동하고, 환자의 이름과 수액에 붙은 바코드를 수십번씩 확인한다. 동기들은 ‘이러다 환자를 죽일 것 같다’며 병원을 떠났다. 인력 부족으로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라고 했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B간호사는 의료인력 부족으로 실제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상황에 빠졌던 경험을 토로했다.
B 간호사는 “화상 전문 병원으로 이송됐던 전신화상 환자가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우리 병원으로 재이송됐다가 결국 사망했다”며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있었다면 환자는 안전하게 퇴원했을 것이다. 의료인력 부족이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급한 순서대로 처리하다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린 환자가 심각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생긴다”며 “이 과정에서 가래 제거하는 시간을 놓쳐 결국 폐렴으로 중환자실로 옮겨진 환자가 있었다. 마치 범죄자가 된 마음으로 자책했다”고 회상했다.
수도권 대학 병원에서 근무했었던 C씨는 “인력 부족으로 신규 간호사를 충분히 교육시키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된 탓에 투약 사고와 낙상 사고뿐만 아니라 욕창, 패혈증 등 다양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간호인력을 늘리는 것은 환자의 안전이자 권리”라고 강조했다.
수도권 공공병원 소속 D 물리치료사도 “물리치료사가 부족해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가 혼자 이동하다 낙상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육마비로 균형 능력이 떨어진 환자가 낙상을 입으면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 안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인력배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현장의 상황은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료사고와 다름없다”며 “환자안전법 제정 당시 인력배치 수준을 명시하면 입법이 힘들어진다고 해서 뺐는데, 그 결과 법령의 실효성이 사라졌다. 환자 안전을 위해 인력배치기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의사 등 의료인력을 확충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적십자간호대학 정숙랑 교수는 “미국에는 간호법과 ‘간호인력최소배치기준법’으로 최소한의 배치기준을 강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의료법에 한줄, 시행령에 서너줄로 명시된 법령이 전부다. 유명무실한 법령을 재정비하고 인력 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연구원장은 “반복돼 온 의료현장의 환자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인력 확충과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업무범위 명확화가 필요하다”며 보건의료인력 국가책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13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난 2004년 주5일제를 관철하기 위해 벌인 총파업 이후 19년 만의 일이다. 조합원 투표를 거쳐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계획한 터라 병원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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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