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음주운전 뺑소니를 하고 도망치던 범인을 추격 끝에 붙잡은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이천수(42)씨와 그의 매니저에게 감사장 수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 씨 등은 사고 현장에서 차를 버려둔 채 올림픽대로를 벗어나 도망치는 A씨를 뒤따라 1km를 뒤따라가 올림픽대로와 동작대교 분기점 인근에서 A씨를 붙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어제(그 날) 행사가 있었다. 늦은 시간에도 차가 막혔고 ‘이 시간에 왜 차가 막히지?’라고 의아해하고 있는데 저 앞에서 (A씨가) 뛰어왔다. 그 사람이 먼저 앞에 보였고 그 뒤에 좀 나이 드신 분이 바로 따라오다 우리 차를 보고는 손짓으로 ‘도와달라 좀 잡아달라’고 신호를 보내길래 곧바로 내가 뛰어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난 계속해서 뛰고 아저씨(택시기사)는 지치셨는데 ‘무슨일이냐, 왜그러시냐’고 묻자 뺑소니 음주운전자라고 하시더라”라며 “그래서 아저씨를 놓고 뛰어갔다. 그러다가 매니저가 주차를 하고 아저씨와 같이 따라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린 운동했던 사람들이니까 막 치고 올라갈 때 우리도 힘든데 (A씨도) 힘들겠다 생각할 찰나에 그 분이 멈추더라. 그래서 매니저랑 가서 얘기하다가 데리고 내려왔다. 따라온 아저씨가 A씨에게 가려는 것을 내가 아저씨를 막고 ‘마주치지 마시라’고 만류했다. (경찰이 올 때까지) 매니저가 그 분을 데리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때 택시기사가 “죄송한데 이천수 씨 아니냐”고 물었고 이 씨가 “맞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기사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A씨를 넘긴 이 씨는 “놀라서 슬리퍼 신고 그랬다. 경찰 만나니까 창피해서 빨리 차에 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씨는 ‘대단한 일 했다’는 반응에 “나도 이게 처음 있는 일이라 부끄럽고, 아침에 일어나니까 아내가 ‘오빠 뭐야, 사고 쳤어?’(라더라)”라며 “나이 드신 분이 좀 다급해 보이셔서 따라갔다. 그날따라 뭔 정의력이 갑자기 살아났는지, 뛰어봤다”고 했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인 0.08% 이상으로 측정됐다.
경찰은 이 씨와 매니저에게 감사장을 수여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올해 1월 전북 익산의 한 도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노인을 치고 달아난 30대 음주 뺑소니 운전자를 신고한 뒤 추격한 장애인 펜싱 국가대표 류은환 선수에게 감사장을 수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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