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3병원, 복지부 발표에도 각 800병상 분원 설립 총 2400병상 그대로 추진
- 복지부 시책, 병상 신·증설 단계 행정적 상황일 때만 제동 가능
- 지자체 승인·예타 이미 마친 상태인 병원 많아... 병원계 “늦은 정책 아쉽다”
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들의 무분별한 분원설립으로 병상과잉 현상을 막기 위해 병상수급 시책을 발표했으나 많은 병원들은 원안 그대로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일각에서는 복지부의 정책마련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으로의 의료쏠림 현상을 더욱 가중시킬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중 ‘빅3’로 꼽히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의 분원 설립은 이미 되돌리기엔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이번 시책을 통해 병상 신·증설 단계가 행정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을 경우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나 이에 앞서 이미 병상 확대계획을 발표한 대형 대학병원들의 병상 확대도 제동을 걸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대형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은 원안 그대로 추진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이미 2021년 800병상 규모의 시흥배곧서울대병원 건립에 대한 예비타장성 조사까지 통과했다. 올해 착공 예정이었으나 최근 건설 비용이 급증하며 착공하지 못하고 사업비 조정에 멈춰있으나 가장 까다로운 조건인 예타까지 통과한 사업인 만큼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기획조정실장도 “최근 건설비용 인상으로 사업비 조정을 진행중이며 기본 계획은 이미 마무리한 상태”라며 “예타를 통해 공익적인 편익까지 모두 검증을 받은 사업”이라고 병상 축소를 일축했다.
세브란스 병원도 지난 2022년 인천 송도세브란스병워 신축 부지에 착공식을 갖고 이미 단계적으로 건립 수순을 진행하고 있다. 금기창 송도세브란스병원 건립추진장은 “건축 허가를 받아 토목 공사를 진행중”이라며 “최근 건설경기의 악화로 건축비가 상승해 공사가 지연될 수는 있지만 건립 계획 수정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아산병원도 착공에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청라의료복합타운 내 분원 건립 계약을 마무리한 상태이기에 되돌리기는 어렵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를 통해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에 대한 심의까지 끝마치면서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이다.
즉 배곧·송도·청라 등 수도권에 대거 병상을 건립하는 대형 대학병원들의 분원 설립 계획은 원안 그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확정적이라는 것이다.
병원계도 복지부의 병상수급 대책에 관련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중소 병원을 운영하는 A씨는 “이미 6600병상 확충은 신중축 신청을 완료한 것이고, 최근 병상 신중측 추진중인 것까지 모두 합치면 올 하반기에는 7~8000 병상까지도 늘어날 수 있다”면서 “보다 강력한 대책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300병상 이상 신증축을 차단하는 것이기에 중소병원 건립에도 제동이 걸리겠지만 병상 과잉을 더 심각하게 하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분원설립을 추진중인 병원에서 종사하는 의료계 인사들도 수도권 지역의 병상 쏠림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연세의료원 금기창 준비위원장은 “현재는 송도 일대 지역의 병상이 부족한 상태이지만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대형병원들이 주변에 들어서면 서울시 인구 대비 병상수와 비슷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대병원 조영민 기획조정실장도 수도권 내 병상 수가 급증하는 것을 우려하며 “수도권 내 병상 증가는 지역 내 필수의료가 망가지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통제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내 의료붕괴는 지방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심각한 문제라도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8일 병상수급 관리시책을 통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신증축할 경우 복지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병상관리 강화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