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당하면 병원비 구하러 다녀야 하는 현실, 서명운동나선 친구들

‘분당 차량 돌진·흉기 난동 사건’으로 숨진 피해자 故 김혜빈(20)씨의 친구들이 서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 출처 : 뉴시스1 

지난 30일 김 씨의 모교인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는 온라인 공지사항을 통해 “2023년 8월 3일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의 예술디자인 소속 김혜빈 학우가 28일 끝내 하늘의 별이 됐다”며 “우리 대학에서는 서현동 주민과 서명 운동을 하고자 한다”며 참여를 촉구했다.

김 씨는 지난 3일 여느 때처럼 학원에서 아르바이트 도중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다가 사건 피의자 최원종(22)이 흉기 난동 직전 몰고 사람들을 향해 돌진한 차량에 치여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연명치료를 받아오다가 지난 28일 숨을 거뒀다.

앞서 김 씨가 입원한 지 엿새만에 1300만 원이 청구된 병원비가 최근에는 3000~4000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유족은 피해자 지원과 체계가 미흡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은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험 등으로 지원해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유족에게 생활지원금으로 300만 원과 장례비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치료비 지급을 보증하기까지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지원되는 생계비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여전하다.

학생회는 “천문학적으로 쌓인 병원비를 해결하기 위해 모금 운동을 벌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지만 우리는 더욱 본질적인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이번 사고 직후 ‘당하고 싶지 않은 범죄’임에도 가족 스스로 병원비와 같은 지원책을 찾아다녀야 하는 점, 가해자와의 까마득한 피해 소송에 있어 아무런 제도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점 등에 깊은 상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례가 많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결국엔 정부의 지급보증까지 이뤄졌지만 단지 그것이 충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보호와 지원보다 가해자의 인권이 더욱 무겁게 다뤄지는 현실,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묻지마 가해자의 부당한 감형, 거의 없다시피한 지차체의 제도적 지원은 어쩌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이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우리 대학에선 서현동 주민과 함께 김혜빈 학우와 또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이후 유사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마음 놓고 ‘의지할 곳’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에서 서명운동을 하고자 한다”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학우분들께서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신다면 상실의 터널을 지나는 김혜빈 학우의 가족과 언제 있을지 모를 피해자들에게도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에 학생회는 ▼최원종과 같은 흉악범에 대해 즉각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적용해 국민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해달라 ▼최원종 사건에 대해 성남시와 경기도 지자체 차원에서 조속히 지원을 마련해달라 ▼국회는 검찰의 피해자 보호 지원센터, 가해자의 보험사 등 범죄 피해자 보호법에서 규정한 ‘중복 지급 금지 원칙’을 개정해 중복 지급을 가능하게 하고 막대한 병원비로 곤란을 겪어야만 하는 범죄 피해자의 물질적 피해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학생회는 서명을 받아 성남시와 경기도, 검찰과 정부 측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건이 발생한 분당구 서현동이 지역구인 이기인 경기도 의원(국민의힘)은 이날 SNS에 학생회 서명운동 내용을 공유하며 “학생의 순수한 마음과 정의로운 행동을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저 또한 경기도 차원에서 마련할 수 있는 지원책 신설 등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원종은 지난 3일 오후 5시 56분께 수인분당선 서현역과 연결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한 뒤 차에서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에게 마구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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