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료·외래진료 활성화 어려운 이유로 ‘수익 저조’ 꼽혀... “의대 증원보다 현실적”
- 의료정책연구원, 방문진료·외래진료 활성화 관련 의사들 고민 조사 결과 발표
- 의사들 너무 낮은 ‘기회비용’에 망설여... 환자 발굴의 어려움, 복잡한 행정절차도 문제
- 의협 “의대 신설보다 방문진료·재택의료 개선해 의사참여율 올리는 것이 현실적”
초고령 사회를 진입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의료 수요자가 높아질 것이 기정사실화된 상황 속에서 방문치료와 재택치료의 활성화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작 참여할 의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의사들이 이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기회비용’이 꼽혔다.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시간과 품은 더 드는 의료행위이지만 수익은 오히려 더 적기 때문이다. 방문진료나 재택의료를 원하는 환자도 기대만큼 많지는 않다.
위와 같은 내용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방문진료·재택의료 인식 조사 결과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일차의료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과 2022년 12월부터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대한 인식조사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개원의 339명을 대상으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6월을 기준으로 시범 사업에 지원한 의원 930곳 중 194곳만 방문진료에 참여하고 있었다. 한의원이 총 444곳 참여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9%가 방문진료 시범사업의 상세 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읍답자 중 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개원의는 65명이었다. 이들은 참여 이유에 대해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35.4%)와 ‘환자의 요구(33.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수입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참여했다는 응답은 15.4%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시범사업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60%로 불만족이라는 응답보다는 더 많았다.
시범사업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견 40% 중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것은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의 어려움‘(32%) 때문이었다. 진료비 신청 등 행정절차가 복잡(20.0%)하고,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16.9%)의 이유를 꼽은 의사들도 많았다. 병원 수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답한 의견도 13.8%에 달했다.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아예 참여하지 않은 개원이 274명도 그 이유에 대해 외래 환자 진료 감소시간에 따른 기회비용 발생(22.6%)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방문 진료 수가가 지나치게 낮다(15.3%)는 의견과 지원 인력이 부족하다(13.9%)는 의견도 있었다. 홍보 부족으로 미리 알지 못해 참여하지 못했다는 의견은 17.9%였으며 향후 함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56.6%였다.
방문진료 시범사업 개선 사항으로는 전체 응답자의 과반 이상(57.8%)이 수가 개선을 꼽았다. 의사 진료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응갑이 31.0%, 방문진료 지원인력의 수가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26.8%였다. 16.8%는 진료비 신청 등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8명 이상(84.1%)는 방문진료 시 동반하면 수가를 가산해주는 인력에 간호조무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는 간호사, 물리치료사, 직업치료사만 수가 가산 인력에 포함되어 있다. 환자 특성과 진료 내용, 소요시간에 따라 수가를 다르게 책정하는 개별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답한 의견도 87.6%에 달했다.
재택의료 인식조사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원 6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총 의료기관의 수는 28곳으로 이 중 10곳이 의원이다. 내원이 어려운 장기요양 수급자를 대상으로 의사 1명과 간호사 1명, 사회복지사 1명 이상이 팀을 이뤄 가정을 방문해 재택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재택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환자 50~70명은 확보해야만 운영이 정상적으로 가능하지만 등급 판정자 확인 불가 등의 이유들이 겹쳐 환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도 호소했다. 환자 본인부담률이 30%로 높은 편에 속하며 이에 따른 인건비도 부담이 된다고도 답했다.
이에 의료정책연구원 임선미 연구원은 “환자 발굴을 위해 적합한 인프라를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인건비 및 차량 유지비 등 초기 정착 비용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며 “월 100회인 방문진료 청구건수 제한도 월 150회 이상으로 상향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은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대 신설, 증원 등을 추진하는 것 보다 방문진료와 재택의료에 더 많은 지원을 통해 의사들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우 원장은 “일본이나 대만의 사례만 보더라도 의대를 신설해 운영하는 것보다는 방문진료나 재택의료를 개선해 의사 참여율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며 “제도를 조금만 개선하면 통합의료돌봄체계를 1차 의료 중심으로 잘 떠받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방문진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 기회비용을 얘기한다. 외래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내원 환자를 진료하는 것보다 나은지 따질 수 밖에 없다. 적절한 수가 책정이 필요하다”며 “재택 의료도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인건비, 관리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평균 이하의 수익이다. 기회비용을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수가를 “적절한 선에서 점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의 구인난 문제를 지적하며 재택의료센터 시범수업 수가 가산 인력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가 차이를 두더라도 간호조무사가 꼭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해 은퇴한 시니어 의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의대 정원 확대는 13~15년 뒤에나 의사 인력을 양성하는 정책이지만 시니어 의사 인력을 지금 당장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