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건보공단 특사경법 우회 입법 중단 촉구"

불법 의료기관 단속권한 건보공단 위탁 추진에 대한 반발
의협,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 우려"
정부 시행령 개정안, 헌법원칙 위반 주장 제기

보건복지부가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 단속 권한을 위탁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료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의협은 이번 시행령 개정이 특별사법경찰(특사경)법을 우회하려는 시도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의협은 지난 22일 "공단 특사경법에 다름 아닌 우회적 입법 획책 중단하라"며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의협은 "공단에 특사경 도입을 우회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과도한 공권력 남용과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며 이번 입법 예고에 대한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4월 보건복지부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 단속을 위한 실태조사 업무와 검사 업무의 일부를 건보공단에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고자 의료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법 제86조 제2항에 따라 법 제61조 제1항에 따른 검사 및 확인에 관한 업무의 일부를 건보공단에 위탁할 수 있다.

의협은 이번 개정안이 법률 유보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제61조 제2항에 따르면, 행정조사나 검사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 공무원은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및 조사 기간, 조사 범위, 조사 담당자, 관계 법령 등이 기재된 조사 명령서를 지니고 이를 관계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건보공단 직원이 단속 권한을 위탁받을 경우, 공무원의 권한을 증명하는 증표 등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이는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법령이라는 주장이다.

의협은 건보공단이 건보법에 따라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 관리, 보험료의 부과 및 징수, 보험 급여의 관리와 지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의료기관과 대등한 관계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수가 계약 당사자인 공단에 일방적으로 보건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조사 및 검사 업무 등을 부여하는 것은 대등한 지위에 있는 보험자와 공급자의 관계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불법 의료기관 단속에는 압수수색 절차가 필수적으로 동반되는데, 공무원에 대한 형사절차상 인권 보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건보공단 직원에게 단속 권한을 부여하면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헌법상 영장주의가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보건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

의협은 최근 건보공단의 강압적인 조사로 인해 의료인이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공단 직원에게 단속 권한까지 부여한다면 보건의료기관 및 의료인에게 심각한 폐해가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헌법 원칙을 위반하고 무리한 시행령 개정을 정부가 스스로 추진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번 입법 예고는 그동안 대한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대해 온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정부가 실질적인 공단 특사경 도입을 추진하기 위한 우회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의협은 이에 대해 큰 실망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 간의 갈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실제로 입법될 경우, 의료계의 반발과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보다 합리적인 단속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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