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후 지방 의료 인력 이탈 가속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 지역 의료 시스템에 악영향 우려
전공의 복귀 실패로 암 수술 대기 3~4개월, 지역 의료 붕괴 위기
전공의들의 복귀가 무산되면서 지방 의료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역 의료를 살리겠다는 의료개혁의 취지와는 달리, 의료 현장에서는 교수들의 대규모 사직과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지역의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추진 이후, 1년여 간의 상황에서 번아웃된 교수들은 제자들이 돌아오리라는 희망이 꺾이며 사직을 고민하고 있다.
전북지역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교수로 재직 중인 A교수는 “교수들이 사직을 많이 하고 있다. 전체 교수 150여 명 중 20%인 30명이 이미 떠났고, 더 많은 교수들이 사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A교수는 전공의들의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2~3월까지 교수들의 사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사직한 교수들의 공석을 채울 인력이 없다. 지방 대학병원들은 이미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으며, 채용공고를 올려도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다.
A교수는 “연봉을 높여도 소용이 없다. 주말과 연휴 없이 일주일에 두 번씩 당직을 서면서 1년을 보내고 있다”며 교수들이 자포자기 상태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치료 성적 하락을 초래하고 있다. 마취과 전문의 부족으로 입원 환자 전담 인력이 부족해 수술이 지연되거나 미뤄지면서 지방에서는 암 수술 대기가 34개월이 기본이 되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병원 영상의학과 B교수는 “지방은 의료 붕괴 직전이다.
마취과 교수가 없어 수술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은 빅5병원에서도 비슷하지만, 지방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위암 수술의 경우 대기 시간이 34개월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수술이 어려워지자, 과거에는 수술로 종양을 줄인 뒤 항암 치료를 했지만, 이제는 항암 치료를 먼저 하고 이후에 수술을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B교수는 "중소병원으로 이직한 교수들은 복합질환을 다루는 데 한계가 있고, 다시 대학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숙련된 교수들이 떠나더라도, 다른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역 의료의 붕괴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이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 의료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이 의료 전달체계를 더 세게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전문의 배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C교수는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을 통해 전문의 채용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전공의가 없어서 전문의 배출이 막힌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다른 병원에서 교수들을 뽑아 오는 것"이라며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교수들이 많고, 이로 인해 지방과 수도권의 의료 격차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 빅5병원으로 암 수술 환자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굴러가던 의료 시스템을 깨뜨린 것"이라며 "이대로는 의료 시스템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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