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국 전 코로나검사, 지난 24일 일본이 폐지하며 OECD가 입국 중 한국 유일
- “해외 입국 양성률이 줄어 실효성이 떨어져... 변이감시 대안 고민해야”
- 고령자 사망과 중증 환자 늘어나는데 경제적 측면만 고려한다는 지적도
코로나19의 재유행세가 약 60일 만에 꺾이는 모양새다. 정부는 모든 해외입국자에게 적용되고 있던 입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정부는 해외 유입 환자를 관리하기 위해 국내로 입국하는 사람들 모두 입국 48시간 이내 PCR 검사 또는 24시간 이내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해왔다. 입국 후에도 24시간 이내로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다.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방역 당국은 이번 주 안에 입국 전 검사 폐지 여부를 결정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발표한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입국 전 검사 폐지가 국내 방역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금주에 전문가 및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정부는 일본·중국 등 비행시간이 비교적 짧은 근(近)거리 국가부터 입국 전 검사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관련 기준 설정이 모호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나라 구분 없이 일괄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두 달 전부터 입국 전 검사 유지 여부를 고심했지만, 7월 초 재유행이 본격화되면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파력이 높고 면역 회피력이 뛰어난 오미크론 하위변이(BA.5) 확산에 따라, 한때 신규환자가 매주 두 배로 급증하는 '더블링' 현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달 중 20만 이내에서 유행이 정점에 이른 뒤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일일 확진자는 지난 17일 18만 752명을 '피크'로 찍고 점차 감소세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전날 0시 기준 확진자도 8만 5295명으로 1주 전(21일·11만 908명) 대비 2만 5천여 명 적었다.
다만, 신규 발생과 2~3주 정도 시차가 있는 중증·사망은 여전히 증가세다. 위중증 환자는 전날 581명으로 집계돼 재유행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사망자도 적게는 50~60명대에서 100명 안팎에 이르고 있다.
입국 전 검사는 지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던 이슈다. 올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해외여행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입국 전후로 '음성'임을 2번이나 증명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외에서 받는 검사 비용은 개인의 몫인 만큼 이 또한 만만치 않은 부담이라는 하소연도 잇따랐다.
여행자 불편과 관광업계의 요구 이상으로 문제가 된 지점은 검사의 '효용성'이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 등지에서는 음성확인서를 사고 팔거나, 당사자 본인이 자가검사키트로 코를 찌르게 하는 등 현지의 '엉터리' 검사실태를 담은 제보가 넘쳤다. 일부 포털사이트 여행카페에서는 음성확인서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장소나 '팁'을 암암리에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차피 입국 1일 차에 PCR 검사가 이뤄진다는 점을 들어 비행기 탑승 하루 이틀 전에 받은 음성확인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지난 18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해외 유입 확진자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현행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유행 국면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입국자와 해외 유입 환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한국과 함께 입국 전 검사를 실시하던 유일한 나라인 일본이 폐지 지침을 발표한 지난 24일 발언은 사뭇 달랐다. 일본은 내달 7일부터 3차 접종자에 한해 PCR 음성증명서 제출을 면제하기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질병청 소관으로 이 부분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특히 비행기를 통한 여행은 밀폐된 공간 안에서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식사 등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비록 기내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따져봐야 한다는 전제가 달렸지만, 검토 결과에 따른 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만약 입국 전 검사가 폐지될 경우, 해외입국자들은 입국 전 코로나 검사는 받지 않고 입국 후 1일 차 PCR만 받게 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종전에 '입국 사흘이네'였던 PCR 검사시점을 하루 이내로 당긴 바 있다.
한편, 입국 전 코로나 검사 폐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폐지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실효성' 측면에서 제도 유지로 얻는 방역 상 이익이 크지 않다고 봤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외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의 PCR 양성률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 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책) 효용성이 낮아지는 시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검사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해외에서의 입국 전 검사가 상당히 부실한 것 같고, 무의미하다고 본다. 특히 신속항원검사는 스크리닝 용(用)으로 별로 의미가 없다"라고도 했다.
현재 전수검사에 해당하는 '입국 1일 차 PCR' 또한 대상 선별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 교수는 "1만 명을 PCR 검사했을 때 (양성률이) 1% 나오는 것과 10만 명을 했더니 1%보다 훨씬 덜 나오는 상황이 있다면 후자에 가깝다"며 "사회적 비용이 늘다 보니 유증상자 등으로 나중에 (검사 대상을) 축소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엄 교수는 신규 변이 유입 등 변이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별도의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시점에서 해외 유입 관리 고삐를 늦추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도 환자 발생이 많고 하루 사망이 80~100명씩 생기고 있지 않나"라며 "해외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국민인데, 정부가 관광업과 경제를 위해 고령자 목숨을 희생하면서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감염병 위기 경보가 여전히 '심각' 단계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위험도 판단에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재유행도 미국에서 BA.5 감염이 늘고 있을 때 해외 유입 초기 관리 필요성을 제기하니 (정부가) '괜찮다'고 하다가, 퍼지고 나서야 입국 3일 차 검사를 1일 차로 줄인 것 아닌가"라며 "당국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입국 전 검사를 폐지한다면 다른 쪽은 강화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방역을) 풀기만 하고 있다"며 "10월 중·하순이 되면 독감과 맞물려 유행세가 다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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