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섭취-의료비 절감 효과 연구 예고
- 의학계, 대부분 건강기능식품 임상 신뢰도 낮아 “효과도 없다”
최근 의학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간의 건강기능식품을 둔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외 의학계가 건기식의 무용성에 큰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 가운데 이와 반대로 식약처는 건기식 섭취로 인한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관련 연구 추진을 예고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2023년 연구용역과제로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따른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를 설정했다. 식약처는 “국민 소득, 1인 가구, 고령 인구증가 및 건강에 대한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해 건기식 섭취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라며 “건기식 섭취로 인한 개인의 건강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건기식 섭취로 인해 국민 의료비 절감 효과를 예측함으로써 국가 보건정책 수립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건기식 섭취에 따른 의료비 절감 효과를 분석, 연구하겠다고 예고했다.
식약처는 고령자의 오메가3 섭취에 따른 의료비 절감을 살핀 연구(Nutrition Research and Practice, 2015)를 근거로 삼았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매일 아침 오메가3를 복용할 경우 심장병이 발생했을 때 예상 의료비용이 최대 72%까지 절감된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은 노인이 7년 동안(2005~2011년) 오메가3를 매일 복용했다면 동일 기간 심장병 발생 감소로 인한 노인의 전체 의료비 절감액은 2,100억 원(입원 건수 9만 2997건 감소)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식약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다소비 건기식에 대한 주요 제품별 섭취 특성을 분석하고 선정된 원료의 질환 예방 효과 및 의료비 지출 현황을 분석한다. 또 건기식 섬취 전후의 의료비 지출 현황조사 및 섭취군과 비섭취군 간의 의료비 지출 현황 비교·분석해 질환 예방 의료비(진료비·약제비·교통비·생산성 손실비용 등) 감소 효과 및 편익 분석을 바탕으로 정책 수입 근거 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약처의 건기식 긍정론에도 불구하고 의학계에서는 냉담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요 건기식 효능을 평가할만한 공신력 있는 임상 연구가 부족한데다, 건기식은 말 그대로 식품이라는 한계가 있어 의약품에 준하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신 연구들이 대부분 건기식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이다.
게다가 식약처가 근거로 든 오메가3의 심혈관 보호 효과마저 반박당하고 있다. 오메가3에 대한 효용성 논란은 20년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2002년 일 EPA+DGA 1000mg을 복용한 이후 심혈관 보호 효과를 살핀 GISSI 임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첫 대규모 연구가 나온 이래 2021년까지 총 10개의 임상에서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2019년 REDUCE-IT 임상을 마지막으로 3개에 불과하다.
반면 효과가 없다고 결과가 나온 연구는 Alpha Omega(2010년), ORIGIN(2012년), Risk and Prevension(2013년), ASCEND(2018년), VITAL(2019년), STRENGTH(2020년), OMEMI(2021년)까지 7개다. 특히 효과가 있다는 REDUCE-IT 조차 위약을 미네랄 오일로 설정한 임상 설계 오류로 '효과 착시'를 발생시켰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부전학회 관계자는 "2019년 오메가3 성분 중 정제된 EPA를 고용량으로 쓰면 심혈관 보호 효과가 있다는 REDUCE-IT 임상이 나왔지만 최근 설계 오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게다가 오메가3의 고용량 복용시 오히려 투약 용량에 비례해 심방세동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까지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한 심혈관 보호 효과와 심방세동 위험 증가를 무릅쓰면서까지 오메가3를 투약해야 하는건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며 "오메가3를 비롯해 대부분의 건기식 관련 임상은 의약품이 충족해야 하는 RCT 임상의 특성, 기준에 미달하는 연구가 많아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오메가3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진 비타민부터 베타카로틴, 미네랄 보충제 등 대다수 건기식이 근거가 불충분하거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까지 나온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포스(USPSTF)는 심혈관질환 및 암 예방을 위한 보충제 섭취와 관련한 권고 성명을 통해 심혈관질환 및 암 예방을 위한 베타 카로틴, 비타민 E 섭취가 오히려 유해성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비타민 A, C, D, 종합 비타민, 셀레늄 등도 유익성을 평가하기 위한 양질의 연구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최근 11월 미국심장협회가 공개한 콜레스테롤 저감 건기식 관련 연구도 '무용지물'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 건기식을 투약해도 총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수치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저밀도 지질단백질(LDL-C) 저감 약제인 스타틴 저용량과 비교해도 스타틴이 효과 면에서 압승했다. 의약품의 사용이 가장 저렴한 콜레스테롤 저감 방법이라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도 종합비타민제와 엽산, 칼슘제 등 건기식이나 영양제들 대부분이 심혈관 질환 예방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를 2019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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