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진단기 사용 한의사, 오진한 환자 더 있다

-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 무죄 판결 한의사, 검사 결과 대부분 부정확
- 산부인과학회 검토 결과 “검사 방법도, 진단도 모두 틀렸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이 내려진 이후 의료계는 일제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가 이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한 진단’을 내릴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한의사 A씨는 환자를 2년동안 68회 초음파 검사를 했음에도 자궁내막암 2기를 진단하지 못했다. 이에 의료계가 의학적 부족을 이유로 들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이런 논란이 발생하자 자궁근종, 자궁내막종, 자궁내막염 등 초음파 기기를 사용한 진단 및 치료 사례를 공개하며 맞섰다.

대한의사협회가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이 치료사례라고 공개한 35건에 대해 대한산부인과학회에 의학자문을 의뢰한 결과 35건 모두 문제가 있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해당 초음파 사진과 한의사가 내린 추정 진단이 일치하지 않으며, 매번 같은 각도로 촬영하지도 않아 검사 자체가 부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일부 제시된 증례에서 진단명과 제시된 초음파 사진 간의 추정진단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들이 관찰되고 있어 초음파에 대한 해석이 잘못 내려졌을 개연성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료 전후 난소낭종이나 자궁근종을 포함한 골반종괴 등 크기 변화를 근거로 치료 결과의 우수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낭종이나 근종 등의 모양은 정확한 원 형태를 띠는게 아니기 때문에 초음파를 찍는 각도에 따라서 같은 크기라도 서로 다르게 측정될 수 있다”며 “복부 초음파 검사인지 질 초음파 검사인지 따라서도 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치료 전후 낭종이나 근종의 크기를 정확하게 측정해서 비교하려면 같은 위치에서 같은 방법으로 측정해야만 해당 한의원에 올라온 치료사례는 그렇지 않았다. 산부인과학회는 “일부 증례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고 매우 주관적으로 검사가 시행된 것으로 사료된다”고 말했다.

검사의 방법 자체도 지적했다. 산부인과학회는 “골반 내 장기를 정확하게 보려면 경질 초음파 또는 경직장 초음파를 실시해야 하며 부득이하게 경복부 초음파를 해야하면 방광을 충분히 채운 이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검사 방법”이라며 “그러나 제시된 모든 사진이 경복부 초음파로 산부인과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며 이 방법으로는 혹의 성상이나 크기를 정확히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는데다, 방광도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채 검사가 이뤄진 것도 많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재판 과정에 제출했지만 대법원 판결에 산부인과학회 자문 결과는 반영되지 못했다. 대법원은 지난 12월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며 해당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러면서 “한의사가 한방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게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산부인과학회에서 피고인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공개한 초음파 진단 사례가 순 엉터리라는 것을 확인해 줬지만 대법원은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며 “2심 재판부가 초음파 오진 위험성을 판결문에 명시했지만 이마저도 무시당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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